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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은 다시 막장 바람…시청률 침체기 속 시청자 붙들려면[SS이슈]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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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안방극장에 ‘막장의 바람’이 거세다. 자극적 전개와 속도감을 앞세운 막장 드라마들이 ‘드라마 침체기’ 속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 수 있을까.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드라마가 있다. 바로 ‘아내의 유혹’부터 ‘황후의 품격’까지 흥행에 성공시키며 ‘막장의 대가’라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신작인 SBS 월화극 ‘펜트하우스’다. 지난 27일 첫선을 보인 드라마는 방송 2회만에 10.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관심을 입증했다. 물론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첫회부터 불륜, 복수부터 미성년자 폭행 장면 등 막장이란 막장이 총망라되며 시청자들의 원성 역시 시청률만큼이나 솟구쳤다.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에서도 막장이 통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채널A ‘거짓말의 거짓말’은 시청률 8.2%를 기록, 자체 최고치와 채널A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연달아 경신했다. 또 현재 방영 중인 MBN 월화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도 지난 5일 첫방송돼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완벽한 가정일 줄 알았던 심재경(김정은 분)과 김윤철(최원영 분) 부부가 외도와 납치로 얼룩진 뒤 그 진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가 주로 펼쳐지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막장 드라마

앞으로도 안방극장에 막장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막장 대모’격인 임성한 작가는 12월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통해 5년 만에 복귀한다. ‘인어아가씨’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백야’ 등을 탄생시킨 임 작가는 늘 히트했지만 개연성 없는 자극적 설정으로 질타도 늘 함께했다. 지난해 KBS2 ‘왜그래 풍상씨’로 바람 잘 날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던 문영남 작가도 내년 초 KBS2 새 주말극 ‘즐거운 남의 집’으로 돌아온다. ‘소문난 칠공주’ ‘왕가네 식구들’ 등 유독 가족 통속극에서 강점을 보여온 문 작가의 주말극 복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최근 안방극장에 막장극이 속속 소환되는 배경에는 방송사가 겪는 시청률 기근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넷플릭스 등 OTT의 영향으로 시청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고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들이 범람하면서 TV 드라마들은 점차 힘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메인 시청시간대에도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한자릿수에 머무는 경우도 부지기수. 이런 상황 속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막장 드라마가 난국을 타개할 방책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 방송 드라마 PD는 “말도 논란도 많고, ‘막장’이라는 불명예도 있지만 이젠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막장 드라마는 어느 정도 시청률을 담보하기 때문에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게 사실이”이라며 “아침극, 주말극을 넘어 메인 드라마 시간대로 막장 드라마가 옮겨 오고 있다”고 말했다.

막장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욕하면서도 보던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의 보는 눈이 높아짐에 따라 단순히 과한 설정과 자극을 위한 자극적 상황만으로는 시청자들을 눈길을 붙잡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웰메이드 막장극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한 두 드라마 JTBC ‘SKY캐슬’과 ‘부부의 세계’ 모두 교육을 둘러싼 죽음, 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그 속에서 인간 군상들의 욕망과 부부라는 관계의 이면을 들춰내는 세밀한 스토리와 밀도 높은 연출에 힘입어 각각 23.8%, 28.4%라는 성적표를 얻을 수 있었다.

펜트하우스

반면 전회차를 19세 이상 시청등급을 선언, ‘부부의 세계’를 이을 드라마로 화제를 끈 JTBC ‘우아한 친구들’은 각종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로 구설에 오르며 씁쓸한 성적표를 안고 종영했다. 최상류층의 집값과 입시를 둘러싼 핏빛 복수극이란 점에서 ‘펜트하우스’의 전체적인 설정도 ‘SKY 캐슬’과 지나치게 닮아있다. 그러나 ‘SKY 캐슬’이 한국의 사교육 문제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풀어나간 것처럼 ‘펜트하우스’도 지금의 관심을 이어가려면 이야기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불쾌감을 자아내는 자극적인 설정들로 2회만에 논란이 불거진 ‘펜트하우스’는 시청자 게시판에 비난이 쇄도, 결국 일부 회차를 19세 이상 시청으로 변경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와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 여러모로 팍팍한 현실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주는 것도 드라마의 중요한 역할이다. 빈부격차와 부동산, 교육 등 지나치게 현실적인 소재를 학대, 불륜, 폭력 등 자극적인 방식으로 풀어내 안그래도 힘든 시기에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비난도 나온다. 일부 학부모들은 “방송을 중단해달라”는 민원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드라마 감성도 변했다. 똑같은 막장 소재도 고퀄리티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탄탄한 스토리 없이 시청자들의 피로감만 가득한 장면들로는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토록 힘든 시기일수록 위로와 공감이라는 드라마의 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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